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PARADISE ART SPACE) 개관

거장들의 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아트호텔은 일본이나 중국 등 해외에는 그 사례가 많다. 아트호텔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전시를 통해서 호텔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또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이 작품들의 가격이 높아져 재테크의 수단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명작들의 가격이 워낙 높고, 기업주가 미술에 대한 관심과 안목이 없다면,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에는 아트호텔이라고 대표할 만한 호텔은 보기가 힘들다.   

그런데, 인천 영종도의 ‘파라다이스 시티(PARADISE CITY)’는 아트테인먼트 리조트를 지향하면서, 지난 9월 17일 아시아 모던&컨템포러리 예술전시공간인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PARADISE ART SPACE)’를 개관하여 이슈가 되고 있다.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는 그동안 파라다이스 그룹이 컬렉션했던 주요 미술품과 함께 새롭게 선보이는 현대미술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전시공간이다. 이번 개관기념전은 <무절제&절제(無節制&節制): Overstated & Understated> 展은 정구호 감독이 기획을 맡았다. 국내외 유명 작가 4인의 신작이 전시되었다.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 입구에는 현대미술의 대가인 제프 쿤스(Jeff Koons)의 <게이징 볼-파르네스 헤라클레스(Gazing Ball-Farnese Hercules)>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아우러스 사이아나이드(Aurous Cyanide)>가 전시되어 있다. 이 두 거장의 작품은 상설 전시되어 앞으로 계속 이 공간을 찾는 이를 맞이한다. 전시장 전체를 압도하는 제프 쿤스 작품은 고전에 나오는 신화 속의 영웅은 빛나는 파란공을 어깨에 이고 가는 듯하다. 파란공은 관람객의 모습이 비춰짐으로써 고대의 영웅과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 하나의 작품이 된다. 그 옆에 벽면을 가득 채운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은 스팟 페인팅(Spot Painting) 시리즈 중 하나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크기(9mX3m)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독성화학물을 경쾌한 색으로 만들어 화폭에 그린 것으로 삶과 죽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기획전시실에는 한국의 흑색 미학을 담은 이배와 김호득 작가의 대규모 설치 작품이 전시하고 있다.  이배 작가가 한지 위에 거대한 숯 구조물을 설치한 <불에서 부터, Issu du feu>가, 숯의 거친 표면과 은은하게 빛을 흡수하는 한지의 조합은 마치 공간에 흑백의 수묵화를 그리듯 한 느낌을 준다. 김호득 작가의 설치 작품 <문득, 공간을 그리다(All of Sudden, Drawing the Space)>는 바람의 결을 담은 한지와 잔잔한 파동을 보이는 먹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조용한 리듬을 만든다.  

이외에도 호텔 정원, 로비, 복도 등 곳곳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쿠사마 야요이를 비롯하여 한국의 백남준의 미디어 작품,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카우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작품을 관람으로 지칠 때 휴식할 수 있는 공간들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작품 감상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작품들에 대한 설명문들이 없는 것이 많아서 큰 아쉬움이 있었다. 호텔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게 상세히 잘 설명을 해주지만, 작가이름 조차 생소한 이들에게는 낯설고 어렵기만 하다. 작품전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캡션을 달지 않았다면, 호텔의 작품지도와 함께 설명문이 있는 홍보물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