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개인전 - 조선일보미술관 : 천의 인연



천의 인연

장소 : 조선일보미술관
서울 중구 세종대로 21길 33 | T.02-724-6322
일정 : 2018. 8. 22(수) - 2018. 8. 27(월)
관람시간 : 오전10시 ~ 오후6시


담담한 정서와 숭고미의 발현
윤진섭(미술평론가)

일견 백성혜가 그림의 소재로 다루고 있는 대상은 우주처럼 보인다. 화면을 가득 채운 크고 작은 점들은 밤하늘에 명멸하는 별들을 연상시킨다. 어디 그뿐인가. 화면의 아래와 위, 혹은 중앙에 포진한 둥근 반원이나 커다란 원은 달이나 화성과 같은 우주의 행성과도 흡사해 보인다.

그러나 백성혜의 작품들은 우주의 모습을 연상시킬 뿐, 그 자체 ‘우주에 대한’ 그림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들은 우주에 대한 일종의 ‘유비(analogy)’로써 대상에 대한 하나의 은유에 불과하다.

물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백성혜의 그림은 제소와 아크릴 물감의 혼합물이다. 여기서 그녀의 작품경향이 추상화라는 점을 염두에 둘 때, 궁극적으로 이러한 물질들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단색조의 평면회화와 관련이 있다.

작업의 초기에 백성혜는 캔버스의 바탕에 제소를 발라 전체적으로는 일정한 두께의 물감층을 만든다. 그리고 그 위에 주로 청색을 주조로 한 색을 칠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헤아릴 수없는 붓질의 반복에 의한 ‘시간의 축적’이 있게 된다.


그녀에게 있어서 우주는 그 자체가 주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인생항로에 대한 하나의 비유로 받아들여진 흔적이 역력하다. 화면에 가하는 무수한 붓질과 점들의 배치와 표정들은-크고 작은 것, 중복된 것, 그림자를 지닌 것, 가까운 것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드러난 것과 숨겨진 것 등등-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은 숱한 인연에 대한 훌륭한 유비이다. 이는 마치 수화 김환기가 멀리 떨어진 뉴욕에서 고국에 두고 온 친구와 친지들을 그리워하며 무수한 점을 찍었던 것과도 유사하다. 마찬가지 의미에서 백성혜가 그리는 파상의 곡선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은 다양한 파란(波瀾)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이 지향하는 지점과 삶의 광휘에 다가가고자 하는 욕망에 대한 유비일 수 있다.

짐작컨대 뉘앙스가 다른 색을 화면에 무수히 반복해 칠하는 동안 백성혜는 삶에 대한 다양한 사념(思念)에 잠겼을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그 사념이란 누군가에게 있어서처럼 ‘끊임없이 마음을 비우는’ 것과 같은 그런 거창한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담담한’ 심경에 가까웠을 것 같다(이 때 그녀의 점을 찍는 행위는 아낙네들이 공을 들여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 수예의 동작을 연상시킨다). 그 반복되는 동작은 마치 일상이 그저 그렇게 반복된다는 것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밤이 지나면 새날이 밝아오듯이(따라서 지나간 밤은 무화된다.), 이전에 칠한 색을 다른 색으로 덮는 반복되는 동작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메를로 퐁티) 사이의 신체적 접촉을 통한 자기 부정에 가깝다. 이와 연관시켜 볼 때 김이순의 다음과 같은 진술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1970년대의 단색조 화가들의 반복적인 붓질이 흔히 ‘수행’의 차원에서 해석되는 것과 달리, 백성혜의 작품에서 반복은 시간의 축적을 의미한다. 또 박서보, 정상화, 권영우 등의 단색조 화가들이 행위의 흔적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작가의 신체성을 강조하는데 비해, 백성혜는 행위의 흔적을 최소화한다. 대신 이처럼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과 무수히 반복된 붓질이 잘 드러나지 않게 됨으로써 화면의 공간감은 두드러진다. 또한 행위의 흔적을 드러내지 않은 결과 화면은 고요함으로 가득 하게 된다.”

-김이순-


촬영 및 편집: 에이루트 www.patron.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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